보이싱이란 무엇일까 - 같은 코드인데 왜 프로가 치면 다르게 들릴까
6편에서 베이스 음 하나를 바꿨더니 코드가 갑자기 노래하기 시작했죠.
그런데 피아노 앞에 앉으면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이 남아 있습니다. 음을 몇 개 칠지, 각각 어느
옥타브에 둘지, 얼마나 벌려 놓을지. 악보에는 그냥 Cmaj7 한 글자만 적혀 있는데 말이에요.
이 남은 선택 전부를 보이싱(voicing)이라고 부릅니다. 같은 코드를 두고 아마추어와 프로의 소리가 갈리는 지점이 사실 거의 여기예요. 오늘은 그 요령 네 가지를 배워 볼게요.
같은 Cmaj7인데 왜 하나는 탁하고 하나는 맑을까
낮은 음역에서 음을 다닥다닥 붙여 쌓으면 소리가 뭉칩니다. 코드는 분명 맞게 짚었는데 웅웅거리는 덩어리처럼 들려요. 왜 그럴까요?
낮은 음일수록 배음을 많이 냅니다. 배음이란 한 음을 쳤을 때 같이 딸려 울리는 위쪽 음들이에요. 낮은 음은 이 딸림 음이 아주 많아서, 옆에 다른 음을 가까이 두면 서로의 배음끼리 부딪혀 귀가 둘을 구분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생긴 요령이 하나 있어요.
아래는 넓게, 위는 좁게.
배음이 쌓이는 간격 자체가 아래는 성글고 위로 갈수록 촘촘하거든요. 그 모양을 그대로 흉내 내면 됩니다. 낮은 곳에서는 5도·옥타브처럼 넉넉한 간격을, 높은 곳에서는 2도·3도처럼 좁은 간격을 쓰는 거예요. 반음 간격은 가온다 근처까지 올라와야 겨우 또렷하게 들리지만, 5도는 훨씬 낮은 곳에서도 멀쩡히 버팁니다.
왼손은 뿌리, 오른손은 색
피아노는 손이 둘이니 역할을 나누는 게 자연스럽습니다. 왼손은 근음 하나를 낮게 짚어 "이 코드는 D입니다"라고 선언하고, 오른손은 화음의 표정을 담당해요.
그런데 여기서 재미있는 일이 벌어집니다. 왼손이 이미 근음을 말했으니, 오른손은 근음을 또 칠 필요가 없어요. 근음을 빼고 남은 자리에 다른 음을 넣으면 소리가 훨씬 트입니다. 이걸 루트리스 보이싱 이라고 불러요. 재즈 피아니스트들이 반주할 때 늘 쓰는 방식입니다.
그럼 오른손은 무엇을 남길까요? 가장 중요한 두 음은 3음과 7음입니다. 3음이 밝은지 어두운지를 정하고(3편), 7음이 그 위의 뉘앙스를 정하죠(5편). 이 두 음만 있으면 코드의 정체가 이미 다 드러나기 때문에 가이드 톤이라고 부릅니다. 5음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경우가 많아요.
왼손과 오른손 사이의 거리도 중요합니다. 너무 붙으면 앞에서 본 그 뭉침이 생기니, 한 옥타브에서 10도쯤 띄우는 것이 보통입니다.
코드가 바뀌어도 손은 거의 움직이지 않는다
6편에서 자리바꿈을 배울 때 이미 맛을 봤죠. 그때가 한 코드의 자세를 정하는 이야기였다면, 보이싱을 이어 붙이는 건 진행 전체의 안무입니다. 이름은 성부 진행(voice leading)이에요.
요령은 간단합니다. 앞 코드와 다음 코드에 똑같이 들어 있는 음은 그 자리에 그대로 두고, 나머지만 가장 가까운 곳으로 옮기는 거예요. Dm7에서 G7으로 갈 때 두 코드가 F와 C를 함께 갖고 있다면, 그 둘은 건드리지 않고 나머지 손가락만 반음씩 미끄러뜨립니다.
이렇게 하면 손이 건반 위를 껑충 뛰지 않아 연주가 편할 뿐 아니라, 소리도 덩어리째 툭툭 끊기지 않고 흐릅니다. 코드가 바뀌었다는 걸 알아채기도 전에 이미 다음 코드에 도착해 있는 그 느낌이요.
텐션을 넣었더니 오히려 탁해졌다면
9편에서 9·11·13으로 색을 더하는 법을 배웠는데, 막상 넣어 보니 예쁘기는 커녕 지저분해진 경험이 있으신가요? 텐션이 잘못한 게 아니라 놓은 자리가 문제인 경우가 많습니다.
가장 흔한 사고는 텐션이 코드톤 바로 반음 밑에 앉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Dm9의 9음인 미(E)를 ♭3음인 파(F) 바로 아래에 두면, 두 음이 반음으로 정면충돌해 귀가 아파요. 해결책은 간단합니다 - 그 텐션을 9도 위로 올려 버리는 것. 같은 음인데 한 옥타브 위로 벌려 놓으면 부딪히는 대신 위에서 반짝이는 색이 됩니다.
실제로 잘 정리된 Dm9는 이렇게 생겼어요 - 왼손에 낮은 레(D3), 오른손에 파·라·도·미(F4 A4 C5 E5). 9음인 미가 맨 위에 올라가 있죠. 음의 구성은 똑같은데 위치만 바꿔서 충돌을 없앤 겁니다.
자동 보이싱을 직접 켜고 꺼 보기 - Chord Lab에서 코드를 놓아 보세요→
Chord Lab에는 지금까지 배운 규칙이 자동 보이싱이라는 스위치 하나로 들어가 있습니다. 코드를 놓기만 하면 왼손 베이스와 오른손 화음이 알아서 자리를 잡아요 - 7화음이면 오른손에서 근음을 빼고, 베이스와 충분히 띄우고, 낮은 곳에서 뭉치지 않게 벌리고, 앞 코드에서 최소한만 움직이고, 텐션이 반음으로 부딪히면 위로 올려 놓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스위치를 꺼 보면 차이가 바로 들립니다.
보이싱은 코드를 바꾸지 않고 소리만 바꾸는 기술이에요. 음의 구성은 그대로 두고, 어디에 놓을지만 정하는 겁니다. 다음 편에서는 방향을 틀어 3음을 아예 치워 버리면 어떤 소리가 나는지 - sus와 add의 공중에 뜬 화음으로 가 볼게요. 코드 쌓기가 처음이라면 3편: 코드란 무엇일까와 6편: 자리바꿈이란 무엇일까부터 읽어 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