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바꿈이란 무엇일까 - 베이스가 바꾸는 코드의 얼굴
4편에서 코드 진행을 들으며 혹시 눈치채셨나요? 예제의 코드들이 유난히 매끄럽게 이어졌다는 걸요. 사실 몰래 쓴 비법이 하나 있었습니다. 코드의 음을 쌓는 순서를 바꾼 거예요. 같은 코드라도 어떤 음을 바닥에 두느냐에 따라 자세가 달라지는데, 이 기술의 이름이 자리바꿈(전위, inversion)입니다. 오늘은 프로의 반주가 프로처럼 들리는 가장 값싼 비결을 배워 볼게요.
근음이 꼭 맨 아래일 필요는 없어요
3편에서 코드는 근음 위에 3도씩 쌓는다고 했죠. 도-미-솔처럼 근음이 바닥에 있는 자세가 기본형입니다. 그런데 세 음의 구성만 같다면, 순서는 바꿔도 같은 코드예요. 미-솔-도처럼 3음이 바닥이면 1전위, 솔-도-미처럼 5음이 바닥이면 2전위라고 부릅니다.
화음의 '내용물'은 그대로인데 인상은 꽤 달라져요. 기본형은 뿌리를 바닥에 딱 붙인 안정된 자세, 전위형은 무게중심이 살짝 떠서 어딘가로 이동하는 중인 듯한 자세입니다. 같은 사람이 서 있느냐, 걷는 중이냐의 차이랄까요.
읽는 법 - 슬래시 코드
악보에서 자리바꿈은 슬래시(/)로 표기해요. C/E는 "E 위의 C" - C 코드를 치되 베이스는 E를
깔라는 뜻입니다(1전위). C/G면 베이스가 G인 C 코드(2전위)고요. 앞이 코드, 슬래시 뒤가 바닥에
깔 음. 이 한 줄이면 팝 악보의 D/F#, G/B 같은 낯선 기호가 전부 해독됩니다.
왜 쓰나 ① - 베이스가 노래하게 된다
자리바꿈의 백미는 베이스 라인이에요. C - G - Am을 기본형으로만 치면 베이스가 도→솔→라로
껑충껑충 뜁니다. 그런데 가운데 G를 G/B로 바꿔 보세요. 베이스가 도-시-라, 계단을 밟듯
반음씩 내려옵니다. 수많은 명곡의 인트로에서 들리는 그 뭉클한 하강이 바로 이거예요. 코드는 세 개
그대로인데, 베이스가 갑자기 노래하기 시작하죠.
왜 쓰나 ② - 손이 덜 움직이면 귀도 편하다
두 번째 이유는 성부 진행(voice leading)입니다. 기본형만 오가면 손 전체가 건반 위를 점프해야
하고, 소리도 덩어리째 뚝뚝 끊겨요. 자리바꿈을 섞으면 코드 사이의 공통 음은 제자리에 두고 나머지만
반음·온음씩 미끄러지듯 옮길 수 있습니다. 4편의 진행 예제가 매끄러웠던 이유가 바로 이거예요 -
F를 F/A나 F/C로, G를 G/B로 바꿔 성부가 최소한만 움직이게 해 뒀거든요. 이제 비법이 아니라
여러분의 기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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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바꿈은 같은 코드의 다른 자세예요. 화음의 내용은 그대로 두고, 바닥의 음 하나로 베이스를 노래하게 하고 성부를 미끄러지게 합니다. 다음 편에서는 무대를 어둠 쪽으로 옮겨 볼게요 - 마이너 키의 화성, 슬픈 곡들의 문법입니다. 코드 쌓기가 처음이라면 3편: 코드란 무엇일까와 4편: 코드 진행이란부터 읽어 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