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일이란 무엇일까 - 곡의 분위기를 정하는 음의 팔레트
스케일(음계)은 한 곡이 쓰기로 정한 음들의 팔레트예요. 화가가 그림마다 색을 고르듯, 작곡가는 곡마다 쓸 음을 고릅니다. 같은 피아노, 같은 열두 음인데 곡마다 분위기가 딴판인 건 바로 이 때문이에요 - 어떤 음들을 골랐느냐가 곡의 공기를 정하거든요. 이 글에서는 대표적인 팔레트 몇 가지를 "이런 게 있구나" 하고 가볍게 둘러봅니다. 각 스케일이 어떤 '분위기'인지, 귀로 직접 느끼면서요.
밝음과 그늘 - 메이저와 마이너
가장 기본은 두 가지예요. 메이저 스케일은 도-레-미-파-솔-라-시-도, 밝고 편안한 소리의 대명사죠. 동요, 대부분의 팝, "다 잘될 거야" 같은 곡이 여기서 나와요. 반대로 마이너 스케일은 어둡고 서정적이에요. 발라드의 애절함, 영화의 쓸쓸한 장면이 이 팔레트를 씁니다.
재미있는 사실 하나. 메이저와 마이너는 사실 똑같은 음들을 쓰기도 해요. 다만 어느 음을 '집(중심)' 으로 삼느냐가 다를 뿐이에요. 같은 팔레트라도 시작점을 바꾸면 밝게도, 그늘지게도 들리는 거죠. 우리가 아는 밝은 곡을 마이너로 바꾸면 얼마나 딴 곡이 되는지 들어 보세요.
다섯 음의 안전지대 - 펜타토닉
7음에서 서로 부딪히기 쉬운 두 음을 덜어내면 펜타토닉(5음음계)이 돼요. 음이 다섯 개뿐이라 아무렇게나 눌러도 크게 어긋나지 않아서, 즉흥 연주의 출발점으로 사랑받습니다. 블루스와 록 기타 솔로의 뼈대이자,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전통 음악의 바탕이기도 해요.
얼마나 자연스러운 팔레트인지 보여 주는 유명한 장면이 있어요. 가수 보비 맥퍼린이 아무 설명 없이 무대를 뛰어다니기만 하는데, 관객이 저절로 펜타토닉 음을 정확히 노래합니다. 우리 귀에 이미 심어져 있는 팔레트라는 증거예요.
그 밖의 색들 - 모드와 블루스
메이저·마이너·펜타토닉이 3대 팔레트라면, 그 사이사이엔 더 미묘한 색들도 있어요. 모드(mode)는 메이저의 음을 그대로 쓰되 시작점만 바꿔 만든 일곱 가지 분위기예요 - 밝지도 어둡지도 않게 살짝 묘한 도리안, 밝지만 어딘가 삐딱한 믹솔리디안처럼요. 재즈와 영화음악이 이 미묘함을 즐겨 씁니다. 블루스 스케일은 음과 음 '사이'의 살짝 내려간 음(블루노트)을 넣어 그 끈적하고 구성진 느낌을 내고요. 지금은 "이런 색도 있구나"만 알아도 충분해요. 일곱 모드가 각각 어떤 표정인지 들어 보세요.
귀로 알아채기
결국 스케일은 귀로 알아챌 수 있어야 진짜 내 것이 돼요. 가장 쉬운 요령은 세 번째 음이에요. 시작 음에서 세 번째 음까지가 넓게 느껴지면 밝은 메이저, 좁게 느껴지면 어두운 마이너 - 딱 이 한 음이 밝기를 가릅니다. 처음과 세 번째 음만 집중해서 들어도 절반은 맞힐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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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일은 결국 곡의 분위기를 정하는 팔레트예요. 그런데 이 팔레트의 음들이 애초에 왜 그 음들인지 궁금하다면 1편: 왜 하필 도레미파솔라시도일까를, 음과 음 사이의 거리가 어떻게 감정을 만드는지는 2편: 음정이란 무엇일까를, 이 음들을 쌓아 화음을 만드는 이야기는 3편: 코드란 무엇일까를 이어서 보세요.